제목 [더글로리]여덟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즐긴 바둑 축제
작성자 함선생바둑 등록일 03.19 조회 299

[더글로리]여덟살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가 즐긴 바둑 축제



매일경제 여자바둑대잔치에서 학생부 선수들이 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넷플릭스가 학교폭력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에 바둑이 알레고리로 등장한다. 고교 시절 폭력으로 육체는 물론 영혼까지 망가진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은 가해자인 박연진(임지연)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둑을 배운다. 연진의 남편인 하도영(정성일)이 바둑 마니아였기 때문.

시즌1 4화 마지막 장면에서 동은은 도영과 기원에서 판당 2만원짜리 내기 바둑을 두며 독백을 한다. "난 바둑을 빨리 배웠어, 연진아. 목적이 분명했고, 상대가 정성껏 지은 집을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라니 아름답더라"라고.

그러면서 동은의 복수는 마치 한 판의 바둑처럼 전개된다. 그다음 독백에서 나오는 것처럼 침묵 속에서 욕망을 드러내고 매혹하고 매혹당하며 서로를 발가벗긴다. 동은의 복수에는 선과 악의 세계만 존재한다. 그래서 적군 아니면 아군밖에 없는 동은의 삶도 흑백만 존재하는 바둑을 닮은 듯하다.

'더 글로리'가 시들해졌던 바둑에 새삼 활기를 불어넣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바둑은 국민적 놀이였으나 지금은 컴퓨터 게임에 밀려났다.

매일경제 여자바둑대잔치에서 여자부 선수들이 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아직까지 바둑 인구는 700만명이라고들 하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숫자다. 많이 쳐주면 200만명. 아닌 게 아니라 바둑을 두는 젊은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던 게 드라마의 영향으로 '나도 바둑 한 번 둬볼까'라는 동호인이 늘어나는가 하면, 드라마 속 동은처럼 멋지게 바둑을 두고 싶다는 MZ세대가 생겨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수요에 맞춰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11일 명지전문대 실내체육관에서 '매일경제 여자바둑대잔치'를 열었다. 마침 '더 글로리' 시즌2가 공개된 다음 날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바둑학과가 있는 명지대와 K바둑이 주최하고 한국기원, 대한바둑협회, 한국여성바둑연맹이 협력사로 들어온 그야말로 바둑 축제였다. 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도 협찬에 참여했다. 닥터지는 2022년부터 여자 최고기사 결정전 바둑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행사장은 참가 선수들과 이들의 가족까지 합해 1000여 명이 운집해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참가 선수는 550여 명. 가정주부들도 있었지만 MZ세대, 알파세대 등 어린이가 많았다. 특히 바둑 대중화를 위해 어린이들은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참가 신청을 받았다.



여성부 5개 부문과 학생부 7개 부문에서 치열한 우승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초등유단자부 김윤한(방일초)과 박태준(양천대일바둑)이 5전 전승으로 각각 저·고급 부문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또 초등급수부 조한겸(공진초·강서명문바둑교실), 신예준(길음초·문원장바둑학원), 박정빈(양남초·에듀스바둑학원)이 각각 저·중·고급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실력파 여성 바둑 동호인이 모인 3040부에서는 송예슬 씨(서울)가 3승으로 우승했고, 가장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새내기부에서는 황옥영 씨(고양)가 4승을 거두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바둑대잔치'라는 말에 어울리게 승부뿐만이 아니라 평소에는 보기 힘든 특별 이벤트가 열려 참가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특히 통산 우승 경력 140회에 달하는 '바둑의 전설' 이창호 9단과 작년 오청원배 우승을 차지한 오유진 9단의 기념 대국은 하이라이트. 대한민국 바둑의 남녀 거장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모습은 마치 '더 글로리'에서 도영과 동은이 바둑 두는 것 같아 흥미를 끌었다. 두 사람의 대국은 K바둑으로 생중계됐으며 결과는 오 9단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오 9단은 "제 우상과 대국을 한다는 게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해서 설렜다"며 "오늘 중반까지는 제가 상황이 많이 안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서로 실수들이 좀 나오면서 후반부에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대국 자체도 좋았지만 승부이기 때문에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프로 바둑기사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인 '10대 100 다면기'도 인기를 끌었다. 주최 측은 정상의 여자 프로기사 10명이 아마추어 100명과 1대10으로 두는 이벤트를 마련했고 김채영, 김미리, 오정아, 조승아, 김은지, 하호정, 김다영, 김경은, 조연우, 김노경 등 쟁쟁한 프로기사들이 출연해 대회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또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이자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김두희 전 법무부 장관,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이종구 전 국회의원,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등 바둑 대중화를 위해 현장을 찾은 내빈들도 여성 프로기사들과 수담을 나눴다.

[기사제공 매일경제]202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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